많은 사람들이 ‘예언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미래에 대한 예언이나 종말에 관한 경고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성경 속 예언자들은 단순한 미래 전달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시대의 거울이자, 하나님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영적 감시자였습니다. 이들은 당대의 권력, 경제 구조,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과 불의에 대해 하나님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였고, 억눌린 자, 가난한 자, 고아와 과부의 편에서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를 외쳤던 이들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정의’라는 단어를 쉽게 접하지만, 정작 ‘정의’가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성경 속 예언자들이 전한 정의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모스, 이사야, 미가, 예레미야 등 대표적인 예언자들이 선포한 사회정의의 기준을 중심으로, 그 정의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성경 인물 아모스와 정의의 외침 –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
아모스는 북이스라엘 왕국 시대에 활동한 예언자이며, 그의 메시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부패한 종교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모스서 5장 24절은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정의 구절 중 하나입니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아모스는 당시 사회에서 권력자들이 사치와 향락에 빠져 가난한 이들을 착취하고, 재판과 판결이 돈과 권력에 의해 왜곡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재물의 증식보다 공동체 안의 정의와 공의의 실현이 하나님의 진짜 기쁨이라고 외쳤습니다.
또한 아모스는 형식적인 예배를 책망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찬양이나 제물보다, 고아와 과부가 억울함을 당하지 않고, 정의가 흐르는 사회를 원하신다고 선포합니다. 아모스의 메시지는 단순히 도덕적 충고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인간의 사회 속에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기준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 아모스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 형식만 남은 종교행위, 부유한 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정의가 흐르는 사회”를 갈망하게 됩니다. 예언자 아모스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향해서도 동일한 경고를 외치고 있는 셈입니다.
성경 인물 이사야와 미가 – 예배보다 중요한 정의의 실천
이사야는 남유다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예언자 중 하나이며, 그의 메시지 또한 정의와 공의의 실천에 무게를 둡니다. 이사야서 1장 17절에서 그는 말합니다: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우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이사야는 ‘정의’가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합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제사와 분향을 싫어하신다고까지 말하며, 정의 없는 종교는 하나님과 아무 관련이 없는 위선일 뿐이라고 선포합니다. 당시 유다 백성들은 외적으로는 예배와 제사를 드렸지만, 실제 삶에서는 가난한 자를 외면하고 권력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이사야와 비슷한 시대에 활동한 미가 선지자 역시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정리해 줍니다. 미가서 6장 8절은 사회정의에 대해 성경이 말하는 가장 직설적이고도 핵심적인 기준을 제시합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애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여기서 미가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의 기준을 ‘정의’, ‘인애(자비)’, 그리고 ‘겸손한 동행’이라는 세 가지로 요약합니다. 정의는 단지 공정한 판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에게 실제로 유익을 주는 행동적 정의를 말합니다.
이러한 미가의 말은, 정의란 ‘구호’가 아니라 ‘행동’이며, 인애란 ‘감정’이 아니라 ‘책임’이고, 겸손이란 ‘도덕’이 아니라 ‘관계’임을 일깨워 줍니다. 이 정의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신앙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된 위선과 불의를 돌아보게 합니다.
성경 인물 예레미야의 눈물 – 정의 없는 종교의 몰락
예레미야는 ‘눈물의 선지자’라 불릴 만큼, 유다 민족의 멸망을 지켜보며 깊은 슬픔 속에서 사명을 감당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단지 도덕적 훈계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아픔을 대신 느끼고, 하나님의 분노를 대신 외치는 선지자였습니다.
예레미야는 특히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와 실제 삶의 괴리를 신랄하게 지적합니다. 예레미야서 7장 5~7절에서 그는 이렇게 외칩니다:
“너희가 만일 길과 행위를 참으로 바르게 하여, 이웃들 사이에 정의를 행하며,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아니하며… 그리하면 내가 너희를 이곳에 영원히 살게 하리라.”
이 메시지는 예배와 정의의 관계에 대해 결정적인 통찰을 줍니다. 예레미야는 분명하게 말합니다. 정의가 없는 성전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제사를 드려도, 아무리 입으로 하나님을 부르짖어도, 사회 속에서 약자를 외면하고 정의를 거스른다면 그 신앙은 거짓이며, 결국 공동체는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교회와 신앙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세속화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예언자 예레미야가 경고한 ‘정의 없는 예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예레미야는 무너지기 전의 유다 사회를 향해, 진정한 예배는 삶에서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이 외침은 오늘 우리 시대에도, 신앙 공동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입니다.
성경의 사회정의는 지금도 살아 있다
성경 속 예언자들은 단순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현실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외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외친 정의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가난한 자를 돌보며, 권력을 경계하고,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의는 단지 법률이나 제도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이 삶 속에서 실현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정의’를 말하지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정의’는 무엇인지 자주 잊습니다. 성경은 정의를 단지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랑과 책임, 그리고 행동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이제 우리는 예언자들의 외침을 단순히 과거의 말로 듣지 말고, 오늘 우리 사회 속에서 다시 살아내야 할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성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경 속 예수님의 비유로 본 하나님의 성품 (0) | 2025.07.03 |
---|---|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시대에 따라 달라 보이는 하나님 (0) | 2025.07.03 |
성경 속 초대교회의 공동체 정신이 지금 필요한 이유 (0) | 2025.07.02 |
성경 속 ‘쉼’의 개념으로 본 현대인의 번아웃 (0) | 2025.07.02 |
하나님의 침묵이 말하는 것: 하박국 성경의 해석 (0) | 2025.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