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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 속 ‘쉼’의 개념으로 본 현대인의 번아웃

현대인들은 어느새 ‘쉬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빠른 속도, 높은 생산성,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우리는 일하는 법은 배웠지만, 멈추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번아웃(Burnout)은 단지 직장인이나 전문가들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닙니다. 학생, 부모, 심지어 교회 사역자나 종교인들조차 탈진과 정서적 무기력에 빠지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성경 속 예수님께서는 2천 년 전 이미 쉼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삶과 언어 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쉼은 단순히 몸을 눕히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를 회복하는 깊은 멈춤의 상태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경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쉼’의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인이 겪는 번아웃 현상을 해석하고, 그 치유의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성경 속 '쉼'
성경 속 '쉼'

성경 속 예수님의 쉼 – 단순한 휴식이 아닌, 관계 속 회복

복음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예수님께서는 의도적으로 쉼의 시간을 가지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가복음 6장 31절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와서 잠깐 쉬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몸을 누이는 휴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제자들은 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상태였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예수님과 제자들이 식사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명하신 쉼은, 단순한 물리적 멈춤을 넘어, 관계 안에서 함께 존재하며 회복하는 쉼의 형태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본인 스스로도 자주 광야나 산으로 물러나 홀로 기도하시는 장면을 보여주셨습니다(누가복음 5장 16절). 많은 사람들은 그 기도의 장면을 ‘영적인 사역’으로만 해석하지만, 사실 이 기도는 쉼의 행위이자 자기 회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루 종일 무리와 부딪히며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소진되는 경험을 하셨고, 그런 순간마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의 품 안에서 다시 에너지를 얻으셨습니다.

오늘날 번아웃에 빠진 많은 사람들은 외적으로는 바쁘지만, 내면에서는 소외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쉼은 단순히 ‘비워내는 쉼’이 아니라, ‘채우는 쉼’이었습니다. 즉, 단절이 아닌 연결, 혼자가 아닌 하나님과의 동행 속 쉼이었으며, 이것이야말로 현대인이 잃어버린 ‘쉼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번아웃의 정체 – 왜 현대인은 진짜로 쉬지 못하는가? 

현대인의 번아웃은 단순한 육체적 피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면 시간을 늘리고 휴가를 다녀와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쉼의 본질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번아웃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정서적 고갈, 탈개인화, 효능감 상실’의 세 요소로 구성됩니다. 복음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예수님께서 사람들 속에서 지속적인 기대와 요청에 노출되셨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예수님께 병을 고쳐 달라, 말씀을 전해 달라, 길을 인도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오늘날 현대인이 끊임없이 이메일을 확인하고, SNS를 유지하며,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요청에 모든 순간 다 응답하지 않으셨습니다. 누가복음 4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았지만, 그분은 "다른 동네에서도 복음을 전해야 하리니"라고 말씀하시며, 요청을 거절하고 자리를 옮기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사람의 요구보다, 하나님의 뜻과 자신의 리듬을 더 우선시하셨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입니다.

현대인의 번아웃은 쉼을 거부하는 문화 속에서 강화됩니다. '열정 페이', '24시간 연결된 상태', '자기계발 강박' 등은 사람들에게 쉴 자격조차 없는 존재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쉼이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사역과 삶의 연속선상에 놓여야 한다고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성공을 향한 질주가 아닌, 중간중간 멈추고 되돌아보는 삶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도 바로 이 ‘멈춤의 용기’입니다.

 

복음 성경이 제시하는 번아웃 회복의 실제적 길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11장 28절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구절은 기독교에서 흔히 인용되는 문장이지만, 실제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쉼’은 수동적인 휴식이 아니라, 그분과 함께 ‘멍에를 메는 쉼’이었습니다. 이어지는 29절에서 예수님은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고 하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자율적인 책임과 내적 평화를 동시에 주시는 쉼의 방식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쉼은 단지 '일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올바른 동기와 정체성, 그리고 자기 한계를 인정하며 사는 삶이었습니다. 번아웃의 핵심은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존재’라는 자기 효능감의 상실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하셨고, 사역이 실패해도 “내가 너희를 친구라 하였다”는 관계 중심의 정체성을 다시 일깨워 주셨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업무나 평가, 성과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귀한 사람임을 기억할 때에만 진짜 쉼을 누릴 수 있다는 진리를 말해 줍니다.

또한 예수님의 쉼은 시간의 배분이 아닌, 삶의 중심 전환입니다. 현대인은 일과 쉼을 양극단으로 나누지만, 예수님은 사역과 쉼, 기도와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삶을 사셨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시고, 때로는 한밤중에도 혼자 조용히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이는 시간표 중심의 쉼이 아니라, 존재 중심의 쉼이었으며, 우리 모두가 회복해야 할 삶의 리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