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고난 앞에서 가장 먼저 ‘하나님은 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겪을 때 설명을 원하고, 그 설명은 곧 하나님의 응답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성경 속 수많은 인물들, 특히 선지자 하박국은 이 질문에 깊이 부딪힌 인물이었다. 하박국서는 구약 성경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침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진 책이다. 다른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백성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지만, 하박국은 하나님께 질문을 던지는 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세상의 부조리와 악이 판치는 현실 속에서 왜 하나님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는지, 왜 의인은 고난받고 악인은 번성하는지를 정면으로 묻는다. 이 글은 하박국 선지자의 질문과 하나님의 응답,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침묵의 의미'를 분석하여, 오늘날 하나님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속에서도 우리가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를 제시하려 한다. 하박국서를 통해 하나님의 침묵이 곧 부재나 무관심이 아님을 증명해 보고자 한다.
성경 속 하박국의 질문: 불공평한 현실 앞에서 선지자의 탄식
하박국 1장은 선지자의 통렬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여호와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니 어느 때까지니이까?”라는 말은 단순한 의문이 아닌 절박한 절규였다. 하박국은 당시 유다 사회에 만연한 폭력, 부패, 불의, 그리고 정의의 왜곡을 목격하고 있었다. 그는 선지자였지만,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었다. 그는 하나님께 불만을 표현했고, 그 분의 정의가 왜 이토록 지연되는지를 따져 물었다. 하박국은 침묵 속에서 좌절했다. 그는 하나님이 분명히 존재하신다는 것을 믿었지만, 그 하나님의 ‘행동 없음’이 신앙의 딜레마가 되었다.
하박국의 이 질문은 시대를 초월해 현대인에게도 유효하다. 전쟁, 불의, 경제적 불평등, 억울한 죽음과 같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침묵하시는 듯 보인다. 이 침묵은 신앙을 가진 자에게 오히려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 하박국은 이런 질문을 피하거나 억누르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께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 질문을 통해 신앙의 깊이를 더해갔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이 침묵하실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단순히 침묵을 참는 것이 아니라, 그 침묵을 뚫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박국은 하나님께 외면당한 것이 아니라, 응답을 기다리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성경 속 하나님의 응답: 침묵 속에도 계획은 존재한다
하박국의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등장한다. 하나님은 하박국에게 바벨론이라는 더 악한 민족을 들어 유다를 심판하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이 응답은 하박국의 입장에서 보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유다의 부패를 정화하는 방법이, 유다보다 더 잔인한 바벨론의 침공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나님의 침묵이 끝난 순간, 그 내용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이 묵시는 정한 때가 있나니…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하나님의 이 응답은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를 내포한다. 침묵은 무계획이 아니라 ‘정한 때’를 위한 준비이며, 인간의 시간 감각과 하나님의 시간은 다르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지 않으신다. 오히려 인간이 하나님의 시간에 맞춰 신뢰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박국 2장 4절의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구절은 바로 이 맥락에서 나온다. 하나님의 침묵은 믿음을 시험하는 기간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계획이 깊이 있게 진행되고 있는 시기다. 하박국은 하나님의 침묵을 ‘무의미함’이 아닌 ‘정한 때’의 전조로 해석하게 된다. 현대인이 이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고난 속에서 의미를 잃지 않고 견디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성경 속 하박국의 전환: 현실을 받아들이되 시선을 바꾸다
하박국은 하나님의 응답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완전히 전환하게 된다. 그는 상황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에 삶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다. 하박국 3장은 선지자의 기도와 찬양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로 시작하는 하박국 3장 17-18절의 말씀은 신앙 고백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하박국은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라고 선언한다.
이 장면은 하나님의 침묵이 더 이상 ‘침묵’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박국은 상황이 아닌 하나님 그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외부 현실이 아닌 내면의 확신에서 기쁨을 찾았다. 이는 신앙의 가장 높은 단계라 할 수 있다. 침묵은 때로 하나님의 시험이자 훈련이며, 하나님을 더 깊이 신뢰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하박국은 더 이상 하나님께 '왜 침묵하십니까?'라고 묻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의 침묵 속에서 오히려 하나님의 임재를 감지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피상적인 신앙이 아닌,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신앙으로 나아간다. 그의 이 신앙은 단지 개인의 안정이 아니라, 공동체에 전달되어야 할 메시지가 되었다.
결론: 성경 속 하박국이 보여준 침묵의 신학
하박국서는 짧지만 매우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성경이다. 이 책은 선지자가 하나님의 침묵 앞에서 질문하고, 절망하고, 그러나 결국 믿음으로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침묵은 곧 무응답이 아니라, 하나님의 더 깊은 응답이 준비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하박국은 그 침묵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검증받았고, 하나님의 계획은 인간의 눈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결국은 ‘정한 때’에 이루어질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하나님의 침묵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하나님의 부재가 아닌, 더 크고 정교한 섭리를 위한 기다림의 시간일 수 있다.
하박국의 신앙 고백은 오늘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신앙인에게 유효하다.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고, 악은 여전히 번성하며, 의인은 고난을 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하박국은 말한다. “여호와는 그의 성전에 계시니 온 땅은 그 앞에서 잠잠할지니라.” 이 말씀은 하나님의 침묵 속에도 그분의 주권은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가 그 앞에서 침묵하고 신뢰해야 함을 선언한다. 결국 하나님의 침묵은 침묵이 아니며, 그것은 하나님이 지금도 말씀하고 계신 방식 중 하나임을, 하박국은 우리에게 강하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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