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죄사함을 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이해는 사람마다, 교단마다, 심지어 성경을 읽는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어떤 사람은 죄사함을 단순히 ‘잘못을 눈감아주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신앙고백 후 자동으로 주어지는 혜택’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죄사함은 결코 얕거나 간단한 개념이 아니다.
죄사함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 회복이며,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님의 적극적인 행위이다. 구약에서는 희생 제사를 통해 임시적인 속죄가 이루어졌다면,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단번에, 완전하게 죄사함이 이루어진다.
이 글은 성경 전체의 흐름 속에서 죄사함의 의미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구조적으로 살펴보고, 단지 교리로서가 아니라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이 죄사함을 삶 속에서 실제로 누리고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구약성경에서 말하는 죄사함: 피 없이는 사함도 없다
죄사함의 개념은 구약의 제사 제도에서 처음으로 체계화된다. 특히 레위기 4장~6장은 인간의 죄에 대해 어떤 절차를 따라야 용서를 받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죄를 지은 자는 흠 없는 동물을 제물로 가져와 회막 문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 짐승의 머리에 안수한 후, 제사장이 그 피를 뿌려 속죄 제사를 드렸다. 이때 사용된 히브리어 단어 "카파르(כָּפַר)"는 ‘덮다, 가리다, 중재하다’는 뜻을 가진다.
즉, 죄는 단지 법을 어긴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영적 단절을 만드는 심각한 상태로 인식되었고, 그 회복을 위해 반드시 ‘피흘림’이 필요했다. 레위기 17장 11절은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고 말하며, 생명을 대가로 해야만 죄가 사해질 수 있다는 절대 원칙을 제시한다.
하지만 구약의 제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히브리서 10장 4절은 “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 하지 못한다”고 밝힌다. 즉, 구약의 제사는 임시적이고 상징적인 조치였으며, 장차 올 메시아의 대속을 예표하는 그림자였다. 구약의 죄사함은 곧 신약의 완전한 용서를 기대하게 만드는 준비 단계였던 셈이다.
신약성경에서 완성된 죄사함: 십자가에서 단번에
신약에서는 구약의 제사 제도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 안에서 완전하게 성취된 사건으로 해석한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1장 29절에서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라는 소개를 받는다. 이 표현은 구약의 속죄양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예수 그리스도가 대속 제물로 오신 분임을 선언한 것이다.
히브리서 9장 12절은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사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느니라”고 말한다. ‘단번에’라는 말은 그리스도의 죽음이 단지 한 번 있었을 뿐이지만, 그 효력이 모든 죄인에게, 모든 시대에, 영원히 적용될 수 있음을 뜻한다.
신약에서 죄사함은 단지 과거의 죄를 지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죄사함은 인간의 영혼에 새 생명을 주며, 성령이 임할 수 있는 정결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기능을 한다. 요한일서 1장 9절은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라고 약속한다. 이 구절은 죄사함이 단순히 기록 삭제가 아닌, 인격적 관계 회복과 내면 정결함으로 이어지는 복합적 구원의 작용임을 보여준다.
성경적 죄사함의 실제 적용: 믿음과 회개, 그리고 변화
죄사함은 구원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죄사함은 자동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성경은 죄사함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믿음과 회개로 응답하는 자에게만 적용됨을 강조한다. 사도행전 2장 38절에서 베드로는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고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회개(메타노이아)이다. 단순한 후회나 감정적 죄책감이 아니라, 생각과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의지적 전환이다.
또한 믿음은 죄사함의 통로다. 사도행전 10장 43절은 “그를 믿는 사람들이 다 그의 이름을 힘입어 죄사함을 받는다”고 말한다. 믿음이란, 단지 예수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 그분의 죽음이 내 죄의 값을 대신 치렀음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삶을 맡기는 전인격적 반응을 말한다.
죄사함은 곧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참된 죄사함을 경험한 사람은 죄를 미워하고, 하나님을 향해 사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은 율법적 강요가 아닌, 은혜에 대한 감사에서 나오는 내면의 자발적 반응이다. 죄사함을 입은 자는 이전처럼 살 수 없고, 살고 싶지도 않다. 참된 죄사함은 반드시 변화된 삶을 낳는다.
성경적 죄사함의 현재성과 지속성: 반복이 아닌 회복의 길
죄사함은 단회적이면서도, 동시에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영적 은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단번에 모든 죄를 사했지만, 인간은 여전히 연약하여 날마다 실수하고 죄를 범한다. 그렇다면 이미 죄사함을 받은 자는 더 이상 회개하지 않아도 될까? 성경은 죄사함과 지속적인 회개의 균형을 강조한다.
요한일서 2장 1절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죄를 범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만일 누가 죄를 범하여도 아버지 앞에서 우리에게 대언자가 있으니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시라.” 이 말씀은 이미 구원받은 자도 여전히 예수의 중보 사역 아래 하나님의 용서를 누릴 수 있는 관계 안에 있음을 말한다. 이는 죄사함이 과거의 사건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살아있는 은혜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죄사함을 남용하거나 가볍게 여겨선 안 되며, 동시에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늘 정죄 속에 살아서도 안 된다.
죄사함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이며,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는 길이다. 회개는 죄사함을 향한 문이자,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열어주는 열쇠다. 죄사함은 단지 종교적 절차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 피로써 열어주신 가장 값비싼 은혜의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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