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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 속 거듭남의 비밀

“당신은 거듭나셨습니까?”
이 질문은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거듭남’이라는 개념은 성경에서 구원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지만, 그 의미는 종종 단순한 종교적 체험이나 감정적 변화로 축소되어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거듭남은 그 이상의 것을 포함한다. 그것은 존재의 근원적 변화이며,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새롭게 되는 영적 사건이다.

요한복음 3장에서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고 단언하신다. 이 말씀은 거듭남이 단지 신앙생활의 한 단계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문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 조건임을 의미한다. 본 글에서는 성경 속 거듭남 개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며, 그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다. 단순한 종교 체험을 넘어, 존재론적 변화로서의 거듭남의 비밀을 성경적 본문과 함께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성경 속 거듭남
성경 속 거듭남

거듭남이란 무엇인가: ‘다시 태어남’의 성경적 정의

성경에서 ‘거듭남’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표현은 요한복음 3장 3절의 헬라어 표현 γεννηθῇ ἄνωθεν (겐네테이 아노센)이다. 이 말은 “위로부터 태어나다” 또는 “다시 태어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니고데모는 이 말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여 “사람이 늙으면 어머니 뱃속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지만, 예수님은 그가 육적인 사고에 갇혀 있음을 지적하신다.

예수님이 말한 거듭남은 단순한 윤리적 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영적 존재로의 재창조이다. 인간은 육으로 태어나지만,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요한복음 3장 6절은 이렇게 말한다: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라.”

이 말씀은 인간의 본성이 육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거듭남은 곧 영적 본질의 변화를 의미한다. 구약에서도 이와 유사한 개념이 등장한다. 에스겔 36장 26절에서 하나님은 “새 마음을 너희 속에 주고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겠다”고 약속하신다. 이는 외적 율법이 아니라, 내적 본질의 변화를 통해 하나님과 관계 맺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결국 성경이 말하는 거듭남은, 인간의 노력이나 행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영으로 행하시는 전적인 은혜의 사건이다.

 

성경 속 거듭남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성령과 말씀의 역할

거듭남은 단순한 감정적 결단이나 회개의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성령의 주권적인 역사로만 가능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구체화된다. 베드로전서 1장 23절은 “너희가 거듭난 것은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씨, 곧 하나님의 살아 있고 항상 있는 말씀으로 되었느니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씀은 씨앗으로 비유되며, 인간의 내면에 심겨질 때 생명의 싹을 틔우는 창조의 도구가 된다.

성령은 이 말씀이 인간 마음에 임할 때, 그 말씀을 생명으로 전환시키는 영적 동력이 된다. 요한복음 3장에서 예수님은 “바람이 임의로 불듯, 성령도 그와 같이 역사하신다”고 설명하신다. 이 말은 거듭남이 인간이 계획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역사가 결합될 때, 사람은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엎드리게 된다. 이때 일어나는 변화는 단지 인식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이동이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선언한다. 이 새로운 피조물은 더 이상 옛 본성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서 전혀 다른 생명에 속한 존재다.

이처럼 거듭남은 성령과 말씀이라는 하나님의 도구를 통해 주어지는 은혜의 역사이며, 인간의 논리나 결단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하늘의 일’이다.

 

성경으로 거듭난 자의 삶: 변화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거듭남이 진정으로 일어났다면, 그 결과는 삶 속에서 반드시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요한일서 3장 9절은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죄를 짓지 아니하나니… 그는 하나님께로부터 났음이라”고 말한다. 이는 완전한 무죄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죄에 대한 태도와 방향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듭난 사람은 과거의 죄를 부끄러워하고,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며 거룩을 향해 나아간다. 또한 영적인 관심사가 변화된다. 더 이상 세상적 가치(돈, 성공, 명예)를 삶의 최우선으로 두지 않고, 하나님의 뜻, 그리스도의 마음, 성령의 열매를 삶의 중심으로 삼는다.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 나오는 성령의 열매(사랑, 희락, 화평, 오래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는 거듭남 이후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영적 특성이다. 거듭난 자는 단순히 종교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 전체가 하나님의 통치에 복종하는 존재로 변화된다.

또한, 거듭난 사람은 공동체 안에서 화해와 용서의 중재자, 섬김의 사람,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통로로 쓰임받는다. 이처럼 거듭남은 개인적인 변화로 시작되지만, 반드시 공동체적 영향력으로 확장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성경적 거듭남이 주는 실제적 적용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기독교인’이라고 불리지만, 모두가 거듭난 것은 아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7장에서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고 경고하신다. 이 말씀은 단지 신앙적 언어와 외적 행위로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은 교회 출석 여부나 직분이 아니라, 거듭남의 경험과 그에 따른 삶의 변화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는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내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는 과연 죄에 대해 민감한가? 성령의 음성에 순종하고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나의 자랑이자 구원의 근거가 되는가?

거듭남은 단회적인 사건일 수 있지만, 그 열매는 일상에서 계속 증명되어야 하는 ‘영적 여정’이다. 거듭난 자는 더 이상 자기중심적 사고에 머물지 않으며, 하나님의 뜻과 나라를 삶의 목표로 삼는다. 또한, 이 땅에서의 삶을 영원한 나라의 백성답게 살아가려는 방향성을 가진다.

결국 거듭남은 단지 신앙을 시작하는 조건이 아니라, 성경 전체를 살아가는 출발점이자 핵심 본질이다. 오늘도 하나님은 성령을 통해, 말씀을 통해, 사람을 거듭나게 하시며 그들을 통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