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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 속 바리새인과 세리의 차이점

신약 성경에는 종종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 대표적인 두 부류가 바로 바리새인과 세리다. 이들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당시 유대 사회 속 특정 계층을 대표하는 집단으로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바리새인’ 하면 종교적으로 엄격하고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인물을 떠올리고, ‘세리’ 하면 부정하고 탐욕스러운 세속적 인물을 연상한다. 하지만 예수는 이 두 인물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비유를 자주 사용했다. 특히 누가복음 18장에서 바리새인과 세리가 성전에 올라가 기도하는 장면은, 외적인 종교 행위와 내적인 회개의 가치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바리새인과 세리의 역사적, 종교적, 도덕적, 신학적 차이를 심도 있게 살펴봄으로써 단순한 인물 비교를 넘어, 예수의 메시지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

 

성경 속 바리세인과 세리의 차이점
성경 속 바리세인과 세리의 차이점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차이: 성경 속 존경받는 바리새인과 경멸받는 세리

바리새인은 기원전 2세기부터 활동했던 유대교 종파로서,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민중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자 했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회당 중심의 신앙을 강조하며,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구약의 율법뿐 아니라 구전 율법까지도 엄격히 지켰다. 일반 백성들로부터 종교 지도자 혹은 도덕적 기준으로 존경받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세리는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에서 세금을 징수하던 관리로, 대부분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로마의 앞잡이로 인식되었다. 세리는 보통 실제로 징수해야 할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아내 개인적인 이익을 챙겼기 때문에, 민중들 사이에서는 도둑이나 배신자로 간주되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는 부유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천대받고 고립된 존재였다.

바리새인은 법적, 종교적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공동체 안에서 존경받는 지위를 차지했지만, 세리는 도덕적 기준에서 멀어진 삶을 살았기 때문에 공동체로부터 배척당했다. 이처럼 바리새인과 세리는 당대 유대 사회 안에서 전혀 다른 위상을 지닌 집단이었으며, 이 차이는 이후 예수의 비유 속에서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신앙적 태도와 기도 방식의 차이: 성경 속 자기 의의 바리새인과 겸손한 세리

누가복음 18장에서 바리새인과 세리는 동시에 성전에 올라가 기도한다. 바리새인은 자신이 금식하고, 십일조를 바치며, 죄인들과는 다른 삶을 산다는 점을 하나님께 자랑하듯 말한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조차 자신을 높이며, 타인을 낮추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세리는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간절히 고백한다. 이 장면은 종교적인 외적 행위가 진정한 신앙의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바리새인은 외형적인 의를 통해 자신을 의롭게 여기며, 하나님보다 자신의 경건함에 더 의존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는 타인을 기준 삼아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고자 한다. 반면 세리는 자신이 아무 것도 내세울 수 없는 죄인임을 고백하고, 오직 하나님의 자비에만 의지한다. 예수는 이 비유의 끝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고 집으로 내려간 사람은 세리였지, 바리새인이 아니었다”고 선언함으로써, 겸손과 회개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태도의 차이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

 

성경 속 내면의 정직함과 외면의 종교성: 진정성의 방향성 차이

바리새인은 종교적 규범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자신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의 신앙은 점차 외형 중심으로 변질되었고, 내면의 정직함보다는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경건함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았다. 예수는 마태복음 23장에서 “너희는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은 아름다우나 속은 죽은 사람의 뼈로 가득하다”고 바리새인들을 책망한다. 이는 겉으로는 의로운 척 하지만 내면은 위선과 탐욕으로 가득 찬 신앙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이다.

세리는 비록 외적으로는 율법을 어기고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삶을 살았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추악한 현실을 인정하며,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서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 점에서 세리는 내면의 정직함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붙들고 있었다. 결국 하나님은 겉모습보다 마음을 보시며, 외적 형식보다 진정한 회개를 중요하게 여기신다. 바리새인과 세리의 신앙 태도는 이 점에서 분명히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은 자기 의에 매여 있었고, 다른 사람은 하나님의 자비에 매달렸다.

 

성경 속 예수의 메시지와 오늘날의 적용: 종교적 자만심과 영적 겸손의 경계

예수는 바리새인과 세리의 대비를 통해 단순히 당시 종교 지도자들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그분은 인간 내면의 교만과 자기 의, 그리고 회개 없는 신앙의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했다. 바리새인이 보여준 태도는 현대 신앙인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준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옳다’는 확신 속에 빠져 타인을 판단하고, 하나님의 은혜 없이도 경건한 척 할 수 있다. 반면 세리의 기도는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도 완전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자비 없이는 설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예수의 비유는 당시 사회뿐 아니라 오늘날의 종교 문화 속에서도 강력한 울림을 준다. 바리새인은 스스로 하나님을 믿는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믿었고, 세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분의 은혜에 모든 것을 맡겼다. 이 극단적인 대비는 신앙의 본질이 인간의 외적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내적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자주 세리처럼 하나님께 나아가며, 얼마나 자주 바리새인처럼 자기 의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진정한 신앙은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 앞에서 정직하게 서려는 내면의 자세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