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성경 속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 영원한 약속의 시작

지혜로운이웃 2025. 7. 8. 18:22

신약 성경에서 예수님의 공생애 마지막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된 '마지막 만찬'은 단순한 이별의 식사가 아니라, 인류를 위한 구속의 약속이 담긴 깊은 상징적 사건이다. 많은 이들은 마지막 만찬을 성찬의 기원 정도로만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이 사건 안에 예수님의 사명, 제자들과의 관계, 유대 전통의 재해석, 그리고 새로운 언약의 선포라는 네 가지 중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유월절 식사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마지막 만찬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을 넘어서 하나님의 구속 계획 안에서 핵심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이 글에서는 마지막 만찬의 의미를 네 가지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성경 속 마지막 만찬
성경 속 마지막 만찬

 

성경의 유월절과의 연결성: 과거 해방 사건의 재해석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은 유대인의 유월절 전날 밤에 이루어졌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로, 어린양의 피로 인해 죽음의 심판이 넘어간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절기에서 유대인들은 누룩 없는 떡과 포도주, 쓴 나물 등을 먹으며 조상들의 해방을 기억했다. 예수님은 바로 이 유월절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 하시며, 전통적인 의미를 넘어 새로운 구속의 관점을 제시하신다. 그분은 떡을 떼어 "이는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셨고, 잔을 들어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라고 선언하셨다.

이 장면은 유월절 어린양이 이스라엘을 육체적 종살이에서 구원했던 것처럼, 예수님의 몸과 피가 인류를 죄와 사망에서 해방시키는 영적인 어린양이 되셨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지막 만찬은 단지 과거의 구원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래의 구속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예수님은 유대 전통 속 상징들을 새로운 언약의 도구로 바꾸시며, 제자들에게 자신이 진정한 해방의 주체임을 암시하셨다. 이는 단지 과거 사건을 반복하는 종교적 형식에서 벗어나, 그 의미를 현재와 미래의 구속사 속에 통합시키는 놀라운 신학적 전환이었다.

 

성경 속 새 언약의 선포: 율법에서 은혜로의 전환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만찬 중에 포도주를 가리켜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구약에서 예레미야 선지자가 예언한 새 언약(예레미야 31:31~34)의 성취를 뜻하는 말씀이었다. 구약의 율법 언약은 외적인 규율과 제사 제도를 중심으로 하여, 하나님의 뜻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인간은 죄된 본성으로 인해 완전한 순종이 불가능했으며, 지속적인 제사와 중보가 필요했다. 예수님은 자신의 희생을 통해 단 한 번의 제사로 이 모든 제도의 완성을 이루고자 하셨고, 이를 마지막 만찬에서 직접 선포하신 것이다.

이로써 마지막 만찬은 율법의 시대에서 은혜의 시대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되었다. 새 언약은 사람의 마음에 하나님의 뜻이 기록되며,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가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피를 흘려 이 언약을 성립시키셨고, 성령을 통해 사람들의 내면에 그 뜻을 심어주셨다. 만찬의 행위 자체가 상징하는 바는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예수님의 피로 말미암아 이루어질 구원의 실체였다. 성찬은 이 약속을 반복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신앙 행위이자, 하나님과의 새롭고 살아있는 관계의 증표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마지막 만찬은 교리적인 선언이라기보다, 살아 있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행동이었다.

 

성경 속 제자 공동체의 정체성 형성: 하나 됨과 섬김의 토대

예수님은 마지막 만찬을 통해 단지 자신의 사역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 공동체에게 새로운 정체성과 사명을 부여하셨다. 예수님은 식사 중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너희도 서로 섬기라"고 명령하셨다. 이는 위계적 질서 속에서의 권위 개념을 무너뜨리고,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하신 행동이었다. 당시 문화 속에서 발을 씻기는 일은 종이나 하인들이 수행하던 가장 낮은 봉사의 행위였는데, 예수님은 이를 자청하심으로써 하나님 나라에서의 권위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셨다.

또한 예수님은 떡과 잔을 나누며 공동체의 하나 됨을 상징하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것을 너희가 내 기념으로 행하라"고 말씀하시며, 이 만찬이 반복적으로 실행될 것을 명확히 지시하셨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의식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공동체가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체성을 확인하는 행위였다. 공동체는 이 만찬을 통해 서로 하나됨을 확인하고,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소명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즉, 마지막 만찬은 제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사건이 아니라, 이후 모든 신앙 공동체가 따라야 할 영적 유산이 되었다.

 

성경적 종말론적 의미와 천국 잔치의 예표

예수님은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이제부터는 하나님 나라에서 새롭게 마실 때까지 이 잔을 다시 마시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이 발언은 마지막 만찬이 단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사건이 아니라, 미래의 천국 잔치를 예표하는 장면임을 시사한다. 즉, 마지막 만찬은 종말론적인 완성, 곧 하나님 나라의 최종적 실현을 내다보는 신앙적 전조였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분의 죽음이 끝이 아님을 암시하셨고, 부활 이후 그들과 다시 함께 먹고 마실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셨다.

이러한 종말론적 메시지는 신자들에게 단순히 회상과 감사의 감정을 넘어, 미래에 대한 소망과 현재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요구한다. 우리가 성찬을 행할 때마다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장차 올 하나님 나라를 준비하며 살아가야 함을 인식하게 된다. 이 만찬은 예수님께서 친히 베푸신 사랑의 보증이며, 종말에 이를 하나님과의 완전한 연합의 예고편이다. 따라서 마지막 만찬은 단지 이별의 슬픔이 담긴 자리가 아니라, 소망의 선언이자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영적 이정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