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히브리 문화 속 성경 언어 이해하기

지혜로운이웃 2025. 6. 28. 14:28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 역사, 언어적 배경을 함께 읽는 일이다. 특히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기록되었고, 그 배경은 지금의 서구적 사고방식과는 매우 다른 히브리 문화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성경을 해석할 때 오해하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이, 성경의 언어를 현대식 사고나 직역 중심의 논리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히브리 문화는 추상보다 구체, 이론보다 체험, 개념보다 행동에 중심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 언어 역시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미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알다’라는 말 하나에도 단순히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닌, 관계를 맺고 살아내는 삶의 언어가 담겨 있다. 또한 성경 속 단어들은 문맥에 따라 다층적 의미를 가지며, 하나님의 성품이나 인간의 반응을 표현할 때도 히브리적인 방식은 ‘느낌’과 ‘행동’을 함께 담는 독특한 구조를 취한다.

이 글에서는 히브리 문화의 핵심 특징을 바탕으로, 성경 언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네 가지 관점에서 살펴본다. 이를 통해 성경 본문의 진짜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고, 단어 하나하나 속에 담긴 문화적·영적 뉘앙스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성경은 단지 읽는 책이 아니라, 문화와 감정, 역사와 신앙이 결합된 살아 있는 언어의 보고다.

 

성경 언어 이해
성경 언어 이해

개념보다 체험을 중시하는 성경 속 히브리 언어의 특징

히브리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개념적이기보다 체험적이라는 점이다. 영어권 사고에서는 사랑(love), 정의(justice), 진리(truth) 같은 단어들이 추상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반면 히브리어는 이와 같은 단어들을 ‘행동’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히브리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하바(אַהֲבָה)”는 단지 감정이나 마음이 아니라, ‘주는 행동’에 기반한 단어다. 즉, 사랑은 생각이나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돌보는 행동으로 정의된다.

또 다른 예는 ‘믿음’이다. 히브리어로 믿음을 뜻하는 “에무나(אֱמוּנָה)”는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견고하게 붙잡고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이론적 믿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충실함과 신뢰의 관계를 뜻한다. 우리가 “믿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것이 히브리적 관점에서는 “나는 그분과 함께 매일을 살아내고 있습니다”라는 뜻에 가깝다.

이처럼 히브리 문화에서 단어는 행동과 연결되어 있고, 추상보다는 몸으로 체험하는 실천의 언어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는 단순한 번역의 의미를 넘어서, 그 단어가 어떤 삶의 장면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체험 중심의 언어 이해는 말씀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삶의 방식으로 바꾸는 열쇠가 된다.

 

성경 속 히브리 단어 하나에 담긴 다층적 의미 구조 

히브리어는 단어 하나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다층적 언어다. 예를 들어, 히브리어로 평화를 뜻하는 “샬롬(שָׁלוֹם)”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샬롬은 전체성(wholeness), 온전함, 조화, 풍성함, 안전함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므로 “샬롬이 있기를”이라는 축복은 단지 ‘평안하세요’라는 인사가 아니라, 삶 전체가 하나님의 질서 아래 온전해지기를 바라는 총체적 기도다.

또한 ‘영혼’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네페쉬(נֶפֶשׁ)”는 단지 영적인 요소만을 말하지 않는다. 이는 목숨, 생명력, 존재, 갈망 등을 포함하는 존재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래서 시편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합니다”라는 구절은 단순한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존재 전체가 하나님을 향해 기울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언어 구조는 우리가 성경 본문을 읽을 때 단어 하나를 너무 단순하게 해석하거나, 딱 잘라 이해하는 것을 경계하게 만든다. 히브리어는 문맥과 감정, 상황에 따라 다른 결을 가지는 언어다. 따라서 성경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단어가 어떤 사건 속에서, 어떤 감정과 함께 쓰였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다층적 의미 구조는 하나님의 말씀 자체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깊은 통찰과 관계, 경험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말씀이 매일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고, 삶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말보다 ‘이미지’로 사고하는 성경 속 히브리적 언어 감각 

히브리어는 이미지 중심의 언어다. 서구 언어가 개념과 논리에 의존한다면, 히브리어는 눈에 보이는 장면과 물리적인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시편에서 “주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라”는 표현은 논리적인 진술이 아니다. 이는 하나님이 견고하고 피할 수 있는 실제적 존재임을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기다리다’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카와(קָוָה)”인데, 이는 본래 끈을 꼬아서 잡아당기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에서 나왔다. 이는 단지 시간적으로 ‘지연되는 것을 참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꼭 붙들고 기다리는 긴장된 상태를 표현한다. 이런 언어적 특징은 히브리어가 단어 자체에 감정과 행동, 시각적 장면을 동시에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경을 읽으며 단어 하나하나를 개념으로만 받아들이면, 말씀이 건조한 논리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히브리어의 이미지 감각을 이해하면, 성경이 살아서 움직이고, 감각을 자극하며, 현실적인 장면 속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는 것은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그 이미지와 감정을 내 삶에 새기는 행위다.

오늘날 많은 신자들이 말씀을 읽으면서도 “말씀이 잘 와닿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미지와 감정 없이 이론적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히브리적 언어 감각은 우리에게 말씀을 다시 보이고, 느끼고, 삶에 그려보는 방식으로 회복시키는 열쇠가 된다.

 

관계 중심의 언어가 말해주는 성경의 본질 

히브리어는 개인보다 관계 중심으로 언어가 발달했다. 예를 들어, ‘의롭다’는 의미의 히브리어 “차다크(צָדַק)”는 단지 법적인 무죄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올바른 위치에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즉 하나님과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가 ‘바르게 서 있다’는 것이 곧 의로움이다. 성경에서 죄란 단지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관계를 어긴 상태로 이해된다.

이처럼 히브리적 언어는 항상 사람과 사람, 사람과 하나님 사이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이는 우리가 말씀을 이해하고 해석할 때, 단지 나 혼자만의 의미나 유익이 아니라, 공동체와의 연결, 하나님의 뜻 안에서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히브리어는 본질적으로 ‘함께’라는 언어이며, ‘사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구조다.

오늘날 개인주의가 강조되는 시대에, 성경 언어의 관계 중심성은 중요한 반성을 불러온다. 말씀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와 함께 읽고, 함께 살아가는 구조 속에서 비로소 온전히 이해된다. 또한 성경의 언어가 ‘나에게만 해당되는 응답’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해석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관계 중심의 언어는 성경이 단지 ‘진리의 정보’가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대화이며,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언어임을 일깨운다. 그래서 성경을 읽는 것은 단지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회복과 삶의 재구성이라는 본질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